2010년 09월 05일
의사나이 50
한달전부터 아침에 자고나면 어깨가 뻐근하고 어깨를 움직이다 보면 심한 통증에 몸이 움츠려 드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냥 좋아 지겠지 했는데 한 달째 여전하고 조금 심해진 것 같기도 하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아 ! 오십견이구나. 나도 나이 50이 넘어가니 오십견이 오는 구나.'
환자들에게는 그 나이에 잘오는 병이니 치료 잘 받으시라고 말하면서 남의 병이려니 하고 지나쳐 왔는데 나도 이병이 오고야 만 것이다.
나도 나이 50이 넘은 것이 이렇게 증명된 것이다.
50 이라는 숫자는 100을 만점으로 하는 평가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중간이라는 느낌을 주는 숫자 이지만, 이 숫자가 나이를 표시한다고 할 때는 그 느낌이 달라져서, 중간 보다는 후반기라는 의미가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더구나 평균 수명이 여자 보다 못한 남자의 경우는 더욱 후반기라는 의미가 좀더 강하게 마음에 와 닿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에서 50을 수평적 개념이 아닌 수직적 개념에서 보면, 인간이 특히 의사가 내적, 외적으로 정점에 가장 근접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모 신문의 통계를 보니 50대 의사가 평균 수입이 가장 좋다고 하였다.
희끗한 머리칼과 적당한 주름이 어우러진 외모에도 경륜이 묻어나기도 하거니와, 그동안 환자분들을 대하면서 겪어왔던 사무친 경험들이 환자들의 마음을 어느정도 읽고 그분들의 가려운 곳을 잘 파악해 긁어 주는 능력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당연히 환자분들에게 어느정도 신뢰를 받게 되었을 것이고, 세월이 만들어준 단골도 확보하게 되니 수입도 따라서 괜찮은 것 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 나이에는 자신이 그동안 몸바쳐 정성들여 쌓아온 정신적, 물질적 곳간을 들여다 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부득이 볼수 밖에 없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물론 자신이 희망한 곳간의 크기에 따라 만족도가 다를수는 있겠지만,
누군가는 가득찬 곳간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만족을, 다른 한편으로는 관리에 대한 부담을 느낄 것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허전한 곳간을 바라보면서 지나간 자신의 세월을 한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라도 자신의 곳간을 바라 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만 머금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왜냐하면 인생 50은 인생에서 최종 결산을 하는 때가 아니며 기껏해야 중간 결산표를 작성해 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곳간이 넉넉해 보이는 사람은 자신이 거둔 일종의 성공이라는 신호가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나 확인 하여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만일 그런 조짐이 보인 다면 적절한 시기에 자기 자신을 돌이켜 보고 미쳐 깨닳지 못했던 잘못이 있다면, 고통이 따르더라도 옳바로 수정하도록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할 것이다.
'돈은 사람을 나이 들게 한다' 라는 말이 있다.
돈은 재산을 지키려고만 하는 사람을 비활동적으로 만든다는 말이다.
'창조력과 현실참여와 존재 자체'보다 '소유'라는 개념이 더 중요하게 여겨 질때만 돈으로 행복해 질수 있다.
그러나 존재가치가 없다면 과연 돈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비록 돈이 훌륭한 몸종의 역할을 하는 것은 확실하나 그렇다고 돈의 노예로 사는 바보짓을 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가득찬 곳간을 관리 하느라 근심하고 있기 보다는, 새로운 창조와 현실 참여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기여하는 삶이, 그 기여의 크기가 크던 작던 간에 육체적 죽음과 더불어 따라오는- 어쩌면 죽음 보다 더 고통스러운, 세인의 기억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 망각되어가는 고통을 줄이고 세인 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불멸'에 이르는 길이 되지 않을까.
우리는 행복을 성공과 연결 시키지만 우리의 삶에서 성공과 행복이 영속적으로 결합되어 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반대로 자신의 곳간이 너무 허전 하고 자신의 육체는 더이상 자신의 뜻을 따라주지 못한다고 하여 낙심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낙심만 하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한심한 짖이다.
앞서 말 했듯이 인생 50은 기껏해야 중간 결산을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무슨 일을 시작할 때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느냐'가 아니겠는가.
어차피 인생은 죽음으로가는 일방 통행이다.
그리고 인생에서 비젼이란 '어떤 여행이 좋겠다'라고 권하는 제안일 뿐이며, 그 여행의 시작이나 끝은 미리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더구나 막상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어짜피 '비젼'이 아닌 '자기 자신'이 아닌가.
어떤 길을 가게 되던 50대의 의사는 자신의 여행에 결정적 도움을 주게되는 지혜로 가득찬 물건을 하나씩 자신의 트렁크에 싣게되는데. 그것은 바로 지난 50년 세월 동안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만들어온 최고의 선물인 '경험'일 것이다.
또한 인간이 동물이라서 좋은 점은 대다수의 사람이 자신의DNA를 넘겨줄 기회를 가진다는 점이다.
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사랑의 열매에게 자신이 못이룬 꿈을 물려주는 것 또한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 또한 인생 50에서 느껴보는 또다른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얼마전 트윗에서 읽었던 문장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내 꿈이 이루어지면 행복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꿈이 이뤄지면 더 행복합니다. 사랑하면…내 꿈을 포기해서라도 그의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사랑은 ‘꿈 너머의 꿈’입니다."
# by | 2010/09/05 01:17 | 트랙백 | 덧글(0)



